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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출연(연) 정책, 개혁인가 기만인가? 관료 통제 중단하고 연구 자율성 보장하라!

말머리
발행일자
2026/04/16
성격
성명
작성자
10개 조직 공동성명서

과학기술 출연(연) 정책, 개혁인가 기만인가? 관료 통제 중단하고 연구 자율성 보장하라!

■ PBS가 폐지되었는가? 무엇이 폐지되었는가?

정부는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 Project-Based System)의 폐지를 공언해 왔으나, 출연연의 예산과 사업 구조를 보면 이는 사실상 유지되거나 변형된 형태로 재편되고 있을뿐이다. 특히 2026년 R&D 예산안에서는 PBS 구조를 대체하기는커녕, 오히려 과제 기반 경쟁과 단기성과 중심을 강화하는 사업들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략연구사업’은 겉으로는 PBS 폐지를 위한 수단이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출연연 내부에서도 개별 과제를 단위로 연구비를 배분하고 경쟁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정부 수탁사업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이 사업은 5년 이내 상업화를 목표로 설정함으로써 기존 PBS보다도 더 강한 단기 성과 중심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PBS 폐지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주요사업비를 감액하고 정부 수탁 구조의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현장의 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PBS 폐지’가 단순한 구호인지, 아니면 재정구조와 연구환경의 실질적 변화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검증이 필요하다.

■ 전략연구사업, 개혁이 아닌 또 다른 ‘과기부만의’ 수탁사업

전략연구사업은 출연연 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 제시되었으나, 실제로는 졸속 기획과 불투명한 절차 속에서 추진된 대표적인 문제 사업이다.
2026년 예산안에는 약 5,000억 원 규모로 반영되었고, 향후 5년간 총 3조 4,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3조 원이 넘는 이 사업은 불과 2주라는 짧은 기간에 급하게 기획되었으며, 국회 심의를 회피하기 위해 100여 개 과제로 쪼개어 내역사업 형태로 개별 출연연에 배분되었다. 전체 사업의 방향과 철학을 담은 총괄기획보고서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5년 이내 상업화’라는 목표는 공공연구기관의 기초·장기·임무 중심 연구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그럼에도 이를 ‘임무중심 연구’이자 ‘PBS 폐지’로 포장하는 것은 사실상 정책을 왜곡하고 현장을 기만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략연구사업은 출연연의 고유 기능을 약화시키고, 연구자에게 경쟁과 행정 부담을 전가하는 또 다른 수탁사업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2027년 예산에서도 작년과 같이 주요사업 예산은 일률적으로 삭감되고, ‘전략연구사업’은 오히려 더 강화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24년 도입된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사업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국가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며 추진되었으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출범 1년 반 만에 신규 사업 모집이 중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미 약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지속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충분한 기획과 타당성 없이 추진된 사업이 어떻게 귀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이러한 사례는 현재 진행 중인 전략연구사업 역시 동일한 경로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며, 졸속 사업의 반복과 확대가 아니라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행정 통합, 효율화인가 통제 강화인가

최근 추진 중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중심의 행정 통합은 단순한 효율화 정책을 넘어 출연연 운영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화이다. 정부는 효율성과 전문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각 출연연이 수십 년간 독립적으로 운영해온 이질적인 행정시스템의 실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현장과의 충분한 논의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제대로 된 직무분석이나 통합 로드맵도 없이 2026년에는 신규 인력 150여 명 증원과 함께 약 114억 원의 인건비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추가 편성되었다. 이는 사실상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수준의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정책 방향은 일관성이 없으며 오히려 현장의 혼란과 불신만 키우고 있다.
출연연은 연구기관이며, 행정은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통합 감사, 전략연구지원단 등 행정을 통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가 연구 지원을 위한 것인지, 통제 강화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점검이 필요하다.

■ 지금 필요한 것은 ‘관료 통제’가 아니라 출연연의 공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무너진 연구생태계를 바로잡는 것

현재 출연연 정책은 연구 자율성보다 관료적 통제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부처별로 분절된 R&D 구조와 관료 중심의 예산 운영은 연구현장의 전문성을 배제하고 정책 혼선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제는 통제가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한다. 연구현장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통해 국가 차원의 통합 전략 수립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국회 차원의 과학기술 평가기구를 통해 정책과 예산에 대한 독립적 견제와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출연연을 포함한 연구개발목적기관 전체를 아우르는 법적 기반이 부재한 상황에 서, 최근 상위법 없이 운영규정이 제정되는 등 제도적 불안정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별도의 법제화를 통해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경제부처 중심의 수권예산 체계를 넘어 출연금 중심의 안정적 재정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PBS 경쟁 구조를 완화하고 연구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동시에 연구현장의 자율성은 연구자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 보장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원생과 학연생 등 청년 연구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안정적인 인건비와 사회보장, 안전한 연구환경을 보장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연구생태계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연구진실성과 공공적 책임 역시 이러한 기반 위에서만 실질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우리 연구현장의 노동자는 이재명 정부에서 벌어진 정책의 시행착오를 제때 바로잡고 과학기술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더 이상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반복해서는 안되며, 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밀실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채 졸속으로 추진된 전략연구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
하나,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추진 중인 현장 부재형 행정 통합을 철회하고, 출연연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연구중심 행정지원 체계를 구축하라.
하나, 대학원생과 학연생을 포함한 학생 연구자의 노동3권과 생활임금을 보장하라.
하나. 출연연 연구인력의 안정적 근무환경을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연구생태계를 위한 합리적 처우 개선과 보상체계를 마련하라 하나, 출연연을 포함한 연구개발목적기관의 지속가능한 연구와 연구몰입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라.
2026. 4. 16.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ETRI노동조합/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과학기술인노동조합/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원노동조합/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우리기초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노동조합/한국표준연구원 바른노조/기초과학연구원(IBS)노동조합 (참여단체-무순)
10개노동조합조직_공동성명서(2026041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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