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연구노동을 존중하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 갑질 사망 대학원생의 산재 인정 판정에 붙여 -
대학 교수의 갑질에 절망하여 지난해 7월 유명을 달리했던 대학원생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유가족이 청구한 산업재해 유족급여 신청을 근로복지공단이 승인한 것이다. 전국교수연구자연대는 이번 판정이 유족께 다소나마 위안이 되길 바라며 늦었지만 대학의 교수이자 동료 연구자로서 고인을 비롯한 학생들의 삶과 노동을 외면해왔던 그동안의 잘못을 깊이 통감한다.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는 이번 사안의 의미를 두 가지로 규정했다. 첫째, 2019년 경북대 화학관 폐기물 폭발사고로 대학원생이 크게 다친 이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산업재해를 적용하는 법이 첫 번째로 적용된 사례라는 것, 둘째 지도교수나 연구교수와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 정신상의 손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덧붙여 모든 대학원생의 근로자성을 보호하려면 대학과의 근로계약을 반드시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국교수연구자연대는 대학원생노조의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더 나아가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의 인권과 노동을 존중하는 대학 풍토를 조성하고, 사람 중심의 교육연구공동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우리 모두의 각성을 촉구하고자 한다.
첫째, 대학원생은 기본적으로 연구자이다. 이 전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연구 의욕과 열정을 보호하고, 장려하며 동료 연구자로서 존중해야 한다. 강의실에서 학부생의 수업권을 존중하듯이, 연구실에서 대학원생의 연구권을 존대해야 한다. 그들이 없으면 교수도 없는 것이다.
둘째, 대학원생을 학문후속세대라고 부른다. 앞선 세대의 연구 성과를 이어받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학문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을 인정하고 학문적 역량을 펼칠 기반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덧붙여 교수와 대학원생의 서열적 관계를 조장하는 이 명칭을 사용하지 않으면 좋겠다. 다 같은 동료 연구자이기 때문이다.
셋째, 대학과 교수들이 나서서 대학원생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대학에 취업규칙을 만들고, 그 안에 대학원생의 연구노동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그에 맞추어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도록 법제화하자. 다른 한편으로 교수의 임용 및 재임용, 연구과제 신청, 논문지도교수 배정 등 각각의 단계마다 대학원생에게 갑질과 횡포를 부리지 않으며, 사적인 심부름, 인격 비하, 불법이나 위법한 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자.
이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대학과 교수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다만 귀찮아서, 내 일이 아니어서 모른 체 해왔을 따름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우리는 어디에 있었는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전남대 대학원생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들의 고통, 절망, 죽음이 반복될 때마다 그때뿐,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갑질하는 교수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대학원생의 개인사로 마무리지었다. 대학 총장도 교육부 장관도 대통령도 그때뿐이었다.
우리는 ‘산업재해’라는 중립적인 말 안에 담긴 ‘생명’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그 안에 담긴 온갖 구박과 비하와 노동 착취 그리고 거기에 잇닿아 있는 한 젊은 청년의 억울함과 슬픔. 기숙사 옥상에 올라갔을 때 떠올랐을 가족들의 얼굴과 따뜻함, 그 위로 흘러내렸을 대학원생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전국교수연구자연대는 대학원생의 연구노동을 북돋고 존중하고 동료 연구자로서 함께하기 위한 모든 일을 지금 바로 시작하겠노라고 다시 한 번 천명한다.
2026년 4월 3일
사회대개혁과 제7공화국, 혁신적 고등교육을 위한 전국교수연구자연대(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지식공유연구자의집,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