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4년간 통폐합된 인문·사회 계열 전공학과가 서울에서만 330개에 이른다. 비수도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특히 지난해엔, 35년간 영남권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성평등 증진과 여성 인재 양성의 거점 역할을 했던 계명대학교 여성학과의 통폐합 추진이 발표됐다. 여성학과는 단순히 관련 지식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여성·성소수자의 위치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할 장기적 역량을 축적하는 장소이다. 경제적 효율성과 유용성의 논리 앞에서, 여성·성소수자 대학원생의 학습권뿐만 아니라 여성·성소수자의 삶을 지탱해나갈 미래기반 또한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성소수자 대학원생은 이미 대학 현장에서도 이중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월평균 29%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며, 가정관리와 가족돌봄을 포함한 가사노동 시간은 기혼여성이 기혼남성의 2배를 넘어선다. 이 암담한 통계들은 여성·성소수자 대학원생과도 무관치 않다. 대학 내 성차별·성폭력 문제 역시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며, 연구와 생계·돌봄을 병행하면 이 모든 문제를 ‘개인기’로 해결해야하는 상황 또한 여전하다. 대학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강의·연구·행정 노동은 명백한 노동임에도 대학원생들이 실질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성소수자 대학원생은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여성·성소수자 대학원생의 학습권과 노동권을 강화하는 일은 학문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여성·성소수자 대학원생이 안전하고 평등한 환경에서 연구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권과 휴식권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때 학문 또한 다양한 삶의 경험을 담아내고 한국 사회를 위한 대안적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대학과 정부는 제도 개선과 실질적 지원을 통해 여성·성소수자 대학원생들의 학습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여성·성소수자 대학원생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임을 분명히 한다.
2026.3.3.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성평등위원회


